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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트라우마의 신체화와 내장 통증 융의 그림자이론

by 중년건강심리 2025. 10. 28.

무의식적 트라우마 사진

몸은 기억을 저장한다. 그것도 말보다 오래, 의식보다 깊게 저장한다. 인간은 트라우마를 겪었을 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감정은 무의식 속으로 침잠하고 신체의 감각으로 전이된다. 이러한 전이의 한 형태가 바로 ‘신체화’ 현상이다. 신체화는 심리적 고통이 내과적 또는 생리학적 통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말하며, 특히 내장 기관에 관련된 통증은 외부적 원인이 없이도 심리적 요인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위장 장애, 복부 압박감, 명확하지 않은 통증 등이 반복된다면, 단지 소화기의 문제가 아닌 정서적 억압이 몸으로 표현된 것일 수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독특하고도 깊은 해석을 제공한다. 융은 인간의 내면에 '그림자'라고 불리는 무의식적 자아의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고 보았으며, 이 그림자는 억압된 감정, 받아들여지지 못한 기억, 부정된 본능으로 구성된다. 그림자는 자아가 의식적으로 감당하지 못한 내용을 무의식에 저장해두며, 그 존재는 일상의 행동, 꿈, 관계, 그리고 신체 감각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된다. 특히 다루지 못한 감정은 종종 내장기관에 신체화되어 반복적인 통증과 불편함을 유발하게 된다.

무의식은 언어가 아닌 상징과 감각을 통해 말한다. 신체는 이러한 무의식의 언어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고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복통, 위장 불편, 장의 긴장감 등은 단지 식단이나 유전적 요인 때문만이 아니라, 트라우마로 인한 정서적 억압이 체화된 결과일 수 있다. 다음의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무의식적 트라우마의 신체화와 내장 통증 융의 그림자이론으로는 신체화되어 내장 통증으로 드러나는 심리-생리적 메커니즘과 융의 그림자 이론이 어떻게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무의식적 트라우마

신체화란 심리적인 불안을 생리적인 통증으로 전환하는 무의식적 트라우마 방어기제다. 이는 의식적으로 인지되지 못한 불안,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이 신체의 특정 부위, 특히 감각이 섬세한 내장기관에 축적될 때 발생한다. 인간의 내장기관은 자율신경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정서 상태에 따라 긴장, 경련, 혈류 변화 등이 쉽게 유발된다. 예컨대 말 못할 분노는 복부 근육을 수축시키고, 억압된 공포는 장의 운동성을 방해하며, 해결되지 않은 죄책감은 위의 산 분비를 자극하여 불편함을 일으킨다.

외부 검사로는 명확한 이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오진되거나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내면에서 감정적으로 처리되지 못한 에너지는 반드시 다른 경로로 배출되며, 그 대상이 되는 기관이 바로 복부, 위, 장 등과 같은 정서에 민감한 부위들이다. 이들 기관은 뇌와 장의 축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정서적 정보가 생리적 신호로 전환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반복적인 정서적 억압은 특히 강력한 반응을 유도한다. 아동기에는 자아의 통합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험은 해석되지 못한 채 감각과 신체 기억으로 저장된다. 시간이 지나 의식적으로 그 경험을 잊었다 해도, 감각은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불명확한 배 아픔, 장의 묘한 압박감, 속 쓰림과 같은 증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고통이 현재의 몸에서 반복된다. 이처럼 단지 ‘몸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기억하는 신체가 보내는 신호이자, 무의식의 언어인 셈이다.

신체화와 내장 통증

융이 말한 그림자란, 자아가 수용하지 못하고 무의식 속에 억압한 자아의 일부를 말한다. 이는 사회적 도덕, 교육, 문화적 기준에 의해 배제된 욕구와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분리되어 형성된 것이다. 그림자는 반드시 악하거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아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측면이라는 점에서 의식으로 통합되기 전까지는 파괴적이거나 불안정한 방식으로 삶에 영향을 준다. 융은 그림자를 통합하지 않으면 그것은 외부 세계로 투사되거나, 신체와 같은 방식으로 내면의 갈등을 신체에 표현한다고 보았다.

내장 통증은 이러한 그림자의 투사 대상이 되기 쉬운 영역이다. 내장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자율적 기관이기 때문에, 억압된 감정이나 그림자의 표현 수단으로 작동하기 용이하다. 복부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 설명되지 않는 위경련, 장의 불안정성은 모두 그림자가 신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의식은 이를 단순한 소화기 문제로 해석하려 하지만, 무의식은 상징적인 방식으로 말하고자 한다. 통증은 말할 수 없었던 감정의 은유이자, 억압된 진실의 상징이다.

융은 ‘인간은 통합되지 않은 것을 계속해서 외부에서 반복한다’고 보았다. 이는 그림자가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신체적 고통, 특히 내장기관의 불편함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은 억압되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신체라는 수용 공간을 통해 다시 나타난다. 그림자의 통합은 이 감정의 회복을 의미하며, 신체화와 내장 통증된 증상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그 감정의 언어를 듣고, 감각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정신치료나 예술치유, 몸을 활용한 인식 활동들은 이러한 무의식을 다루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융의 그림자이론

내장 통증은 단지 위장계 질환이 아니라, 정서적 이슈의 신체적 표현이라는 인식이 심리신체의학에서 점차 확장되고 있다. 특히 심리치료 현장에서는 반복적인 내장 통증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종종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억압된 감정, 말로 표현하지 못한 고통을 지닌 경우가 많다. 이들은 통증에 대해 구체적인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며, 약물치료나 일반적인 진단으로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잦다. 이는 그 통증이 물리적 원인보다는 정서적 잔여물에서 기원했음을 암시한다.

융의 그림자이론 분석심리학은 이러한 증상을 해석하는 데 있어 상징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융은 신체 증상을 단순한 병리로 보기보다는, 자아와 무의식 사이의 메시지로 간주했다. 통증은 단지 제거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의미를 탐색할 필요가 있는 상징이다. 위가 아프다면, 이는 현실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상징일 수 있으며, 복부의 경련은 억압된 감정이 '안에서 끓고 있다'는 무의식의 표현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신체와 감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통합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감정은 뇌의 변연계와 자율신경계를 통해 내장기관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감정의 억압은 곧바로 신체적 긴장과 기능 이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무의식적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장 통증 역시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통증은 때로 치료가 필요한 신호이면서, 동시에 주의를 요청하는 메시지이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이 메시지를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해석하고 들어주는 태도를 권한다. 그림자는 통합을 원하고, 억압된 감정은 인식되기를 갈망한다. 내장 통증은 단지 장기의 문제가 아니라, 무의식이 들려주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통증은 증상이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