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초기 치매 신호와 해마 퇴화의 시작

by 중년건강심리 2025. 10. 27.

초기 치매 관련 사진

기억의 흔적이 흐릿해지고, 친숙한 얼굴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은 단순한 건망증을 넘어서 뇌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기 이후부터 나타나는 인지적 저하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면서 동시에 치매의 전조가 될 수 있는 신경학적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가 바로 해마다. 해마는 기억 저장과 공간 탐색, 새로운 정보의 학습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로, 치매의 시작점이자 조기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학 저술가인 노먼 도이지는 그의 저서들을 통해 뇌가 단단히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변화 가능성을 지닌 역동적인 기관임을 강조했다. 그는 ‘뇌가소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손상된 회로조차도 반복적 자극과 환경적 개입을 통해 재구성될 수 있음을 수많은 사례로 입증해왔다.이러한 뇌가소성의 가능성과 한계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 중 하나다. 특히 해마의 퇴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인지 저하의 방향성과 속도는 환경, 습관, 정서, 학습 자극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초기 치매 신호와 해마 퇴화의 시작이며,해마의 구조와 기능 변화는 단지 기억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서 반응, 시간 감각, 자기 정체감, 일상 생활의 효율성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갖는다. 해마가 단절되면, 뇌는 외부 세계와 내면의 흐름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를 잃게 되며, 이는 혼란과 불안, 감정적 회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가소성은 이러한 해마 기반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다음의 세 가지 영역을 통해 치매와 해마 퇴화의 과정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초기 치매

해마는 대뇌의 측두엽 안쪽 깊숙이 자리잡은 구조로, 감각 정보의 통합과 새로운 기억의 형성을 담당한다. 특히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변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경로를 제공하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이 구조는 매우 섬세하고 복잡한 신경망으로 구성되어 있어, 혈류 감소, 스트레스, 수면 장애, 대사 문제 등의 다양한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지 저하의 초기에는 종종 사소해 보이는 건망증이 나타난다.초기 치매는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거나, 익숙한 장소에서 방향을 잃는 일이 반복된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의 혼란으로 연결되지 않는 한 쉽게 간과되기 쉽지만, 해마의 신경 회로에 점진적인 손상이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반복적이고 맥락 없는 기억 누락은 해마의 시냅스 밀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신경학적 신호일 수 있다.

해마는 또한 정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 지속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의 축적으로 인해 해마의 신경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인지 기능 저하로, 장기적으로는 해마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감정적 무기력감, 낯선 상황에 대한 공포, 자기 효능감 저하 등은 해마 기능의 약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러한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은 단지 뇌 건강의 문제를 넘어서 삶의 질 전체를 보호하는 일로 이어진다.

노화 자체가 해마에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의 양상은 개인의 생활습관, 정서적 안정성, 지적 활동의 빈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해마는 새로운 자극에 의해 반응하고 구조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일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기 개입과 적절한 환경 제공은 인지 저하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개념이 바로 뇌가소성이다.

신호와 해마

노먼 도이지는 뇌가소성을 "뇌가 경험과 사용에 따라 스스로 구조를 바꾸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그는 이 이론을 통해 신경학적 손상 환자들이 회복된 사례들을 소개하며, 뇌가 변화하고 적응하는 생물학적 기반이 존재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뇌가소성의 핵심은 반복성, 집중성, 의미 있는 자극에 있다. 해마 역시 이 법칙 안에서 작동하며, 특히 공간 인식과 언어 학습, 정서 조절 활동에서 활발하게 변화한다.

신호와 해마의 회복은 신경세포 자체의 재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회로가 새로운 경로를 생성하며 기능을 보완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이지는 이를 ‘기능 재배치’ 또는 ‘회로 전환’이라고 표현하며, 해마의 퇴화를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기능적 적응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해마에 자극을 주는 방식의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낯선 길을 탐색하는 산책, 언어 학습, 악보 보기와 같은 복합적 인지 과제가 해마의 회로를 자극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새로운 시냅스의 형성을 유도하고, 기존의 약화된 회로를 보완하는 데 기여한다. 도이지는 뇌를 "가능성의 기관"이라고 표현하며, 그 가능성은 단순히 생물학적 능력보다 환경적, 정서적, 인지적 자극에 더 의존한다고 본다. 이 개념은 해마 회복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뇌가소성은 무조건적인 변화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도이지 역시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감, 만성 수면 부족 등은 회로 형성을 방해하며 오히려 뇌 기능의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해마의 회복 가능성은 단순한 훈련이 아닌, 총체적인 생활 리듬과 정서 환경, 의미 중심의 자극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때 자기 돌봄, 사회적 관계, 감정 조절은 단지 정신건강의 요소가 아니라, 신경계 수준에서의 회복 가능성을 여는 핵심 도구가 된다.

퇴화의 시작

해마는 단지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라, 인간 정체성의 물리적 기반 중 하나로 이해된다. 과거의 경험, 사람, 장소에 대한 기억이 해마를 통해 조직되며, 퇴화의 시작이 기억들이 현재의 자아 인식과 삶의 흐름을 지탱하는 축이 된다. 해마가 약화되기 시작하면, 단지 '기억력'만이 아니라 '나'라는 감각 전체가 흐릿해진다. 이는 존재감의 약화이자, 정체성 감각의 해체로 이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변화는 시간 구조의 혼란으로 나타난다. 약속 시간을 자꾸 놓치거나, 특정 사건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헷갈리는 일이 잦아진다. 또한 감정에 대한 해석 능력도 낮아져, 주변 사람의 감정 신호를 오해하거나, 스스로의 감정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해마는 정서와도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기억의 혼란은 곧 감정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태는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주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된 질문, 익숙한 경로에서의 길 잃음, 감정 표현의 부정확성은 가족이나 동료에게도 혼란을 유발하며, 이는 고립감을 증폭시킨다. 고립은 다시 정서적 무력감과 낮은 자극 환경으로 이어지고, 해마의 기능은 더 빠르게 쇠퇴하게 된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해마 기반의 기억 체계를 유지하고, 일상에서의 정서적 연결을 지속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도이지가 강조하는 뇌가소성의 실천은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일상 속의 작은 반복, 익숙한 활동의 확장, 사회적 교류의 회복은 해마가 '기억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신호를 자극한다. 이러한 신호는 시냅스 재형성과 회로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변화 가능성을 유지시킨다. 기억은 단지 저장된 정보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다시 구성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해마는 뇌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